이 책은 첫 네 개 장에서 바울이 경험한 하나님 체험, 곧 성부, 성자, 성령, 그리고 삼위 하나님 체험을 살펴보고 있다. 이 장들은 여러 가지 주제를 망라하기보다 어떻게 이런 하나님 체험이 십자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어 5장에서는 십자가가 바울에게 하나님의 행위이자 그리스도의 행위를 의미했다는 점을 살펴본다. 또 이 책은 믿음(6장과 7장), 사랑(8장부터 10장까지), 능력(11장), 그리고 소망(12장)으로 표현되는 바울의 십자가 체험을 살펴보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6장부터 12장까지 일곱 장에서는 1장부터 5장까지 다섯 장에서 간단히 논의한 많은 본문과 주제들을 더 상세히 다루어보겠다. 13장에서는 바울이 체험한 교회 모습과 십자가를 본받는 삶을 사는 공동체로 요약되는 그의 교회상을 살펴보겠다. 마지막 장에서는 오늘날 십자가를 본받는 삶을 가로막는 몇 가지 도전들과 이런 삶이 던지는 몇 가지 도전들을 살펴보겠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따라서 “본받음”이라는 과정은 그리스도가 당신의 형상을 신자들 속에서 만드시는 것(formation, 갈 4:19), 그리고 그 결과로서 신자들이 그리스도, 특히 그분의 십자가를 그대로 닮는 것(conformity, 빌 3:10)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낫겠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그리스도를 “본받음”이라고 자주 일컬어온 말 대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본받는 삶(cruciformity)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 제안하는 바이다. 십자가를 본받는 삶은 계속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삶의 패턴이다. 이 패턴이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Christ-like[cruciform] person)을 만들어낸다. 그리스도를 닮은 실존은, 개인에게나 공동체에게나, 그의 종으로 살아간다는 것, 나는 그 안에 들어가 살고 그는 내 안에 들어와 사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요, 그와 함께, 그를 위하여, 그를 “따라”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울이 볼 때, 십자가를 본받는 삶은 인간의 노력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바울 안에서 그리고 그가 섬기는 공동체들 안에서 역사하는 능력이 있다. 어떻든 이 능력은 그의 주장대로 그리스도를 닮은 특질들을 만들어낸다. 이 능력 덕분에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높이 들리신 그리스도는 당신께 속하여 당신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그리고 그 사람들 가운데에서 당신 형상을 만들어내실 수 있다. 이 능력 덕분에 십자가를 전하는 내러티브는 다시 이야기되고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된다. 바울이 볼 때, 이 능력은 하나님의 영이다. 이는 그리스도의 영이기도 하다.
-2장 결론 중에서
교회여, 십자가로 돌아가라!
바울이 들려주는 진정한 기독교 영성!
오늘날 기독교의 영성은 부와 번영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예수 없는 교회’에 대해 맹렬히 비난한다. 여기서 우리는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승리와 부와 번영이 진정한 기독교적 영성일까? 기독교라는 이름 자체가 알려주듯, 기독교는 ‘그리스도’교이고, 이 그리스도가 예수라고 교회는 말한다. 그렇다면 그 예수께서 보여주신 진정한 영성이 무엇인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
예수의 십자가에 나타난 영성은 어떤 영성일까? 저자는 바울서신을 진지하고 치열하게 다루는 가운데 이 영성이 십자가를 지는 삶으로 살아내는 영성임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삼위 하나님으로 인해 십자가를 통해 얻게 된 새로운 생명, 그 생명에 기초해 십자가를 본받는 삶을 살아가는 믿음, 사랑, 소망의 공동체적 영성을 가지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예수께서 보여주신 영성은 ‘십자가로 나타난 영성’임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훌륭하게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십자가 영성 이야기를 듣게 되면, 부와 번영의 신학이 얼마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과 다른 복음인지 알 수 있고, 그와 동시에 십자가가 억압과 폭력의 대명사라고 주장하는 현대적 반론에 왜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왜 실패한 메시아 운동의 주창자의 이름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켜 기독교회라고 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십자가는 군림하는 권력이 아닌 섬기는 능력이요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 여기서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임을 여실히 깨닫게 해 줄 이 책은, 신학이라는 학문이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공동체의 영성과 경건을 위한 학문이 될 수 있는지, 또한 그 자체로 십자가를 본받는 삶의 일부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모범이 될 것이다.
< 추천사 >
“생명의 원천이요 모범인 십자가 없이 멋진 삶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소위 ‘잘 나가는’ 교회들처럼, 기껏 세상의 가치에 세례를 주고 그걸로 세속적 종교성을 과시할 뿐이다. 이런 종교가 판을 치는 시대에 이 책은 십자가에 관한 내 신학적 무지와 십자가에 대한 내 실천적 무관심을 회개하게 한다. 십자가에서 참 생명을 얻으라. 그 생명을 십자가로 그려내라. 그 삶 속에서 피어오르는 새로운 부활을 소망하라. 본서는 이런 바울의 외침을 보다 새롭게 우리 가슴에 전해준다.”
-권연경(안양대학교)
“이 책에서 마이클 고먼은 바울신학의 중심은 이신칭의도 아니고, 그리스도와의 연합도 아니고, 바로 십자가를 본받는 것(cruciformity)임을 명쾌하게 증명한다. 그리고 바울이 바로 그 십자가의 영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바울서신 중 십자가와 관련된 모든 구절을 깊이 있게 연구하였으며, 그리스도의 이야기와 바울의 이야기, 그리고 교회 공동체의 이야기가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우리에게 보여주는 매우 뛰어난 연구서이다. 복음의 핵심인 십자가 신학이 무엇인지를 힘 있게 보여주는 이 책의 출판을 환영한다.”
-김철홍(장로회신학대학교)
“십자가를 그저 근사한 장식품으로 보듬는 이들은 어리석다. 십자가를 제 일신의 구원을 위해 고안된 주술적 장치로 여기는 이들은 무모하다. 십자가의 원형적 사건과 무관하게 덧칠된 그 복잡한 소문과 오해를 가로지르며 이 책의 저자는 십자가를 가장 뜨겁게 체험하고 본받은 사도 바울과 그의 선교현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저자가 관련 본문을 성실하게 분석하고 탐구하며 이끌어낸 그 십자가 사건의 역동적 풍경과 의의는 여전히 우리에게 가슴 뭉클한 신앙의 신기원이며 변함없이 본받아야 할 삶의 좌표가 아닐 수 없다.”
-차정식(한일장신대학교)
“영성이 그저 자기를 투사하거나 자기를 내세우는 가면 노릇을 하는 경우가 잦은 이 시대에, 고먼이 그려내는 바울은 믿음과 소망과 사랑과 능력 같은 긴요한 문제들이 우리 자신의 변덕과 욕망이 아니라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부활하신 그분의 이야기를 통해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그리스도인들에게 일깨워준다.”
-스티븐 파울(메릴랜드주 로욜라 대학)
“마이클 고먼은 지식과 생명력 넘치는 경건을 뛰어난 솜씨로 결합시킨다. 오늘날 학계에 경건과 학문이 이토록 결합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가! 이 책은 바울을 다시 살펴봐야한다는 도전을 학계와 교회에 던짐으로써 바울 연구에 혁명을 일으키고 이 세상에 있는 교회의 삶을 바꿔놓을 잠재력을 갖고 있다.”
-로버트 멀홀랜드(애즈베리 신학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