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회들은 이와 같은 도전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나는 여러분이 이 책에서 읽게 될 미국과 유럽의 사례들이, 베네딕트 옵션이 한국 그리스도인의 삶과 전통에 맞게 조정되는 발상을 주기를 희망한다. 세속적 근대성은 교육 수준이 높고 부유하며 문화적으로 전 세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근본적인 도전을 제기한다. 아시아, 북미, 유럽에 있는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의 소망을 가지고 이 위기에 함께 대처해야 한다.
_한국어판 서문
내가 『베네딕트 옵션』을 쓴 의도는 우리에게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동안 교회를 깨우고 자신을 강화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도록 고무하는 데 있다. 우리가 살아남고자 한다면 사유와 실천에서 우리 신앙의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서구의 신앙인들에게 잊힌 마음의 습관을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삶에 접근하는 우리의 방식을 철저히 바꿔야 할 것이다. 간략히 말하자면,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른다 할지라도 타협하지 않고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_서론: 각성
우리는 공적 광장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교회의 도덕적 우위도 우리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 있는 이들이 우리의 도덕률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전히 우리는 교회 안에서 우리의 신앙을 보전하고 가르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우리의 종교 기관의 건강 상태에 근거 없는 확신을 두는 것이다. 근대에 서구를 덮친 변화는 모든 것을 바꾸었고,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교회는 더 이상 영혼을 형성하는 곳이 아니라 개개인의 구미를 맞추는 곳이 되었다.
_1장 대홍수
고난으로 괴로움을 당했지만 의미는 풍성했던 중세의 세계에서 떠난 긴 여행은, 한동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편안함을 주지만 의미와 연결은 사라진 텅 빈 곳으로 우리를 보냈다. 서구는 우리를 하나님, 창조 세계, 서로와 잇는 황금의 실을 상실했다. 우리가 이를 다시 찾지 못한다면 우리의 해체를 막을 희망은 없다. 사실, 아주 오랫동안 서구에서 이 생명선을 보게 될 것 같지 않다. 서구에서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지 않거니와, 볼 수 있는 능력도 더 이상 없는 듯하다. 우리는 풀려 버렸는데, 어떻게 묶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_2장 위기의 근원
성 베네딕투스의 길은 현실 세계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실제 현실을 그대로 보고 그 안에서 살기 위한 방법이다. 베네딕도회의 영성은 이 세계를 사랑으로 참고 성령께서 우리를 변화시키시듯 세계를 변화시키라고 가르친다. 베네딕트 옵션은 “규칙”의 덕목에 의지해 그리스도인들이 정치, 교회, 가정, 공동체, 교육, 직업, 섹슈얼리티, 기술에 접근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_3장 삶의 규칙
우리는 세상이 원하는 방식으로 세상에 대응하는 일을 멈추고, 세상과 구별되는 공동체에서 충성을 쌓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우리는 ‘구도자에게 친밀한’ 공동체보다 ‘발견자에게 친밀한’ 공동체가 되어, 우리에게 오는 사람들에게 새롭고 다른 삶의 방식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은 성경적 이야기와 관습에 의해 형성된 삶의 방식으로, 그 이야기의 진리를 흐리고 망각하게 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그 진리에 굳건히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안정성과 질서에 의해 특징지어진 삶의 방식으로, 공동체적이면서도 개인적으로 계속해서 행하는 기도, 금욕주의, 타인을 위한 봉사의 일을 통해 성취되는 것?유동하는 근대성은 제공할 수 없는 바로 그것?이다.
_5장 모든 계절을 위한 교회
오늘날 우리의 교육 제도는 세속적인 성취 면에서 성공하는 것보다 더 높은 열망을 불어넣지 못하고, 단지 학생들의 머리를 사실에 관한 것으로만 채워 넣는다. 중세 성기 이후, 지식 자체를 위해 지식을 추구하는 행위는 서서히 덕을 추구하는 행위로부터 분리되어 왔다. 그리고 오늘날 그 단절은 말끔하게 완료되었다.…학습을 덕으로부터 분리한 결과, 과학, 법, 돈, 이미지, 말 등을 다루는 데 성공하는 사람들이 높이 평가되는 사회가 만들어졌다. 그들의 성취가 도덕적으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은 부차적인 질문이며, 대다수 사람에게 이런 질문은 순진해 보일 것이다. 만약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이 학생들의 지적?영적 삶과 통합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과 상관없이 신앙에서 떨어져 나갈 위기에 처할 것이다.
_7장 그리스도인 형성으로서의 교육
우리에게 닥쳐오는 시대에, 일상의 노동을 성화하는 프란시스 수사와 베네딕도회의 모델은 직업 생활에서 전통적 그리스도인들이 아주 중요한 방식으로 본받아야 할 모델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첫째, 베네딕도회의 모델에서는, 일과 예배는 통합되어 있으며 우리의 직업이 우리의 신앙으로부터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둘째, 이는 육체노동이 선물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 선물은 탈기독교 사회가 우리를 일터로부터 축출한다면 재발견해야 할 선물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노동을 하나님과 공동체에 돌리는 선물로 여긴다. 만약 베네딕트 옵션 공동체가 살아남으려면 그들은 이와 같은 종류의 연대를 재발견해야 하는데, 이는 단순히 영적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실제적 수준에 기초한 것이다.
_8장 고된 노동을 위한 준비
우리 현대 미국인들은 이 시대의 사회 속 아주 많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성을 전적으로 사적인 문제이자 개인의 권리 중 하나로 본다. 그러나 이는 거짓이다. 베리가 말하길, 섹슈얼리티에 연관된 공동체의 규범, 제의, 전통들이 의도하는 바는 “섹슈얼리티의 에너지와 그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보존하고, 단지 남편과 아내를 서로 연합할 뿐만 아니라, 부모를 자녀에게, 가정을 공동체에, 공동체를 자연에 연합시키는 성의 능력을 보존하고 명백하게 하며, 가능한 최대한으로 섹슈얼리티의 계승자들이 그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 섹슈얼리티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게끔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_9장 에로스와 새로운 그리스도인 대항문화
그것은 기가 막히게 좋은 일이다. 그렇게 할 수 있기에 내 생활을, 예컨대 내가 집에서 일할 수 있기에 내가 원하는 곳에 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포함해, 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더 많은 면에서 더 낫게 만들었다. 인터넷은 내게 많은 것을 제공했고 지금도 매일 그러하다. 그러나 다른 모든 새로운 기술이 그러하듯, 인터넷은 빼앗아 가기도 한다. 인터넷이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은 우리의 능동적 힘에 대한 의식이다. 매튜 크로포드는 인터넷에 내재된 고유의 역설을 기술로 파악한다. 즉, 인터넷은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와 더 많은 선택을 준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를 수동적인 포로 상태로 유혹한다.
_10장 인간과 기계
우리는 일하고, 기도하고, 우리 죄를 고백하고, 긍휼을 보이고, 이방인을 환영하고, 계명을 지킨다. 우리는 고난당할 때, 특히 그리스도를 위해 고난당할 때 감사를 드리는데,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결과적으로 우리의 신실함으로 어떤 일을 행하실지 누가 아는가?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명령어는, 그리스도인 시인 W. H. 오든의 말처럼, “기쁨 가운데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_결론: 베네딕트 결단